엔터프라이즈의 이번 방문지는 특정한 종류의 사람들에게 유명한 장소였다. 풍부한 광물과 희귀한 환경으로 유명한 그곳은 사실상 그 장점을 자랑할 이가 아무도 없는 곳이었다. 특정한 종류의 사람들, 예를 들어 지금 막 눈앞에 등장한 행성의 표면을 바라보며 어깨를 떨고 있는 히카루 술루 같은 이들에게 유명세가 드높은 그곳은 다른 의미로 다수의 이들에게 유명한 행성...
15 “그 이후의 구출과정은 보고서에도 남아있으니 설명할 필요가 없겠지. 포로로 잡혀있던 탐사대원들은 다행히도 아직 생명의 위험을 겪지 않은 상태였고 귀환 후에도 심각한 치료가 불필요했네. 내게 주어진 의학적인 치료 역시 경미한 수준이라, 결과적으로 평가하자면 특별할 것 없는 임무였다고 볼 수 있겠지.” “…….” 이야기를 끝낸 스팍이 고개를 돌린다. 의식...
9그렇게 당당하게, 기운 넘치게 화를 낸 커크는 뭘 했느냐? 누구나 예상 할 수 있지만 설마 정말 그럴까 싶은 짓을 했다. 언제나처럼. 복도를 워프해가던 커크가 스팍을 찾아내더니, 마주친 순간 인사도 무시하며 이름을 부른다. “미스터 스팍!”“네.”“지금 나랑 얘기 좀 할까!”“…….” 별다른 반박 없이 주변을 정리하는 스팍은 커크의 흥분한 상태를 알아본 ...
1기억상실이란 단어는 그렇게까지 낯선 말이 아니다. 병명이기도 하고 증상이기도 한 그 이름은 엔터프라이즈에 근무하는 이들이 당하고 마는 다양한 직업병 중 하나로 분류될만한 종류였다. 트라우마를 예방하려는 자의적인 처치가 짐작되는 경우도 있었고 인간의 의식이 쫓아가기 어렵게 놀라운 순간이라 어쩔 수 없이 저장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눈과 귀를 의심하게 되...
“피가 흥건한 시체는 오랜만이군.”체온이 남은 목덜미의 맥을 짚어 죽음을 선고한 맥코이가 일어섰다. 의사의 목소리는 평이했고 주변의 긴장은 소리를 감췄다. 석회석 가루처럼 부옇게 일어났던 먼지가 순식간에 가라앉는다. 흐르는 피와 함께 고여 드는 정적위로 함장은 칼을 던졌다. 누구와도 눈을 마주치지 않으며 움직이는 푸른 눈동자가 흰빛을 반사하고 어둠을 드러낸...
a thousand questions 궁금한 것들은 언제나 많았다. 어릴 땐 다들 그런 법이고 어떤 이들은 쉽게 변하지 못한다. 그는 부모를 귀찮게 하며 질문을 퍼붓는 꼬마가 아니었으나 그것 또한 평균보다 못한 가족관계의 책임만은 아니었다. 질문을 삼키고 혼자 답을 찾아내는 것이 더 편한 성격이었다. 때로는 말해줄 사람이 없어서, 때로는 말해줄 사람을 위해...
시작 젖은 땅은 걷기가 힘들었다. 낯선 굴곡과 서걱한 무너짐으로 단단함을 느껴도 불안하게 만드는 흙길을 벗어나자 평지가 나타났다. 무릎을 넘어서는 높이로 아무렇게나 자라난 풀숲은 생소하고 강렬한 향으로 후각을 공격했다. 빗줄기에 흩어진 이름 모를 꽃잎이 선명한 원색으로 어두웠던 시야를 밝혀준다. 갑작스러운 색의 대비에 얻어맞은 것처럼 흔들리던 발걸음이 멈춰...
"Within the World Without You" by 100's 키워드는 상실과 희망 ... 적절한 거리를 만들며 자리를 정해 테이블의 다른 한 면을 마주한 스팍이 입을 열겠다 말을 골라본다. 커크를 홀로 있게 만드는 것은 세상에 많았으나 이번의 이유는 유독 그만이 알고 있었다. 위로할 자의 부재가 의아하고도 당연하게 느껴진 주제였다. 그의 아버지,...
1 우주 너머에는 술이 있다. 그 밖에도 많은 것이 있었지만 술이 있다는 것은 무시해서는 안 될 중요한 사실이다. 먹고 살기 근근한 사회에도 술이 있었고 조금이라도 문화가 생기기 시작한 단계라면 빠짐없이 등장하는 게 바로 술이었다. 언어가 아무리 다른 세상이라도 그 모습은 신기할 만큼 흡사했다. “왜지?” “뭐가.” “왜 우주에는 술이 있지?” “뭐라고?”...
27 비공개 청문회는 길지 않았다. 교수진과 위원회의 사이에서 결론이 나오기까지는 지루한 토론이 반복됐을 수도 있지만 커크에게는 한 번의 출석만이 요구되었다. 짧은 겨울방학이 다가오기 직전의 어느 날 커크는 표창장을 받았다. 그렇게 마무리됐다. 창조적인 생각을 칭찬하는 추천서에 제일 먼저 싸인 된 이름은 질척하게 내린 첫눈보다 새하얀 머리의 교수였다. 크게...
12 전면의 수영장과 후면의 주차장은 거의 같은 넓이였다. 부지를 반으로 갈라놓은 듯 막아선 건물은 원래의 모습과 멀어진 현재다. 수영장을 가리는 담이 특별히 높지도 않은 이상 거리에서 곧바로 닿아올 남들의 시선을 원했을 리 없다. 물론 제법 먼 거리였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상할 만큼 열린 공간이고, 그래서 목적 없는 구덩이가 되고 말았나 싶다. 테두리를 그...
100's @mcback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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